일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신영복 교수의 책을 사 한번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인터넷 서점에서
찾다가 책이 없어 메모만 해 놓고는 잊고 있었다
최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면서 혹시나 해서 찾아 보았더니 있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신영복 교수 (1941~2016 )가 1968년 통일당혁명 사건으로 구속된 후, 옥중에서
쓴 편지들을 엮은 책이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신영복은 전향서를 쓴 뒤 20년 20일을 복역한 후 가석방되었으며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강연과 저서 저술 활동을 하였고 글씨와 그림에도 능하신 분이다
그의 글씨로 "신영복체"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이 시대의 지성이고 현인이라 할 수 있다
조선 시대의 학자인 다산 정약용이 1801년부터 1818년까지 장기와 강진에서의 유배길에 올랐을 때에,
두 아들(학유,학연)에게 보낸 편지가 있는데 그에 견줄만하다
신영복 교수의 편지는 주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수와 제수씨에게 보내는 것이다
왜 형이나 동생에게 보내지 않고 형수,계수씨에게 보낸 것인지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상 연좌제여서 사회생활을 하는 형이나 동생에게 보내는 건 부담이었다”며 “직접 형제 이름을 쓰지
못하고 ‘계수씨 옆’이라고 쓴 편지도 있다”
편지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연민이 느껴지고 또 그의 편지에서 그의 아버님과 어머님이 참 큰 그늘이었다는 걸
많이 느끼게 된다
신영복 교수의 아버님은 교육자이시며 학자이신 신학강 선생이시다
선생은 밀양 출신으로 사범학교를 나와 초중고교 교장으로 30년을 봉직했다.
교육감 시절에는 고향의 향토문화를 정리한 책과 한국말 발음 사전을 낸 학자이시다
나이 60에 아들이 이른바 ‘통혁당사건’으로 투옥되고 아들이 무기 징역살이를 시작하자 누가 뭐란 것도 아닌데
근무하던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나온다.
그 뒤 20년 20일, 가석방으로 20대의 아들이 마흔일곱이 되어 밝은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옥바라지를
자상하게 하는 한편, 저술에 몰두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사명당실기〉와 〈김종직의 도학사상〉이다.
신영복 교수는 이 책에서 그의 아버지를 “나는 벽에 기대어 앉을 때마다 결코 벽에 기대어 앉으신 적이
없는 아버님을 생각한다”고 했고 숱한 편지의 첫 구절마다 “아버님의 하서와 보내주신 책 잘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이 책 속에 있는 많은 편지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내용들이지만 그중에 가슴에 깊이 새길만한 몇 구절을
인용해 본다
불행은 대개 행복보다 오래 계속 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울 뿐이다
행복도 불행만큼 오래 계속된다면 그것 역시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혼자임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반드시 타인이 없는 상태 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자기가 자기 자신에 대하여 갖는 감정이다
오늘은 다만 내일을 기다리는 날이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며
내일은 또 내일의 오늘일 뿐이다 <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1969년 1월~70년 9월 >
옥창의 풀씨 한알 -계수님께
우리 방 창문턱에
개미가 물어다 놓았는지 (중략)
정국추주황 자모년년백
( 뜰의 국화는 가을마다 노랗고 어머니의 머리는 해마다 희어지네 ) 1978.8.29
단숨에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20년을 영어의 몸으로 자유롭지 못한 신체 상태였지만 마음과 정신만은 자유스러운 현인이었다
엎드려 20일 생활을 못 견뎌했던 내가 한껏 더 작아진 것 같다
아카이브가 있으니 자주 찾아 글을 읽고 도서관에서 그의 책도 다시 찾아봐야겠다
그의 소원은 "일 없는 여행"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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