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소설가의 강연을 듣고 난 뒤로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찾아보았으나
그의 소설은 대부분이 대출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찾아 본게 "히말라야 환상 방황"이라는 여행 에세이다
이 책은 소설가 정유정의 첫 여행 에세이이기도 하다
소설 "28"을 탈고한 후 엔진에 이상이 생겨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생애 처음으로 여행을 떠난 곳이
그의 소설 주인공이 마지막 까지 그리워하던 히말라야.
그 곳을 찾아 김혜나 작가와 동행한 안나푸르나를 17일간 종주하고 작성한 여행기인 것이다
정유정 작가가 66년생이고 이 책이 나온게 2014년이니 40대 후반의 여행기이다
욕망이라는 엔진이 꺼져버린 것이었다. 이야기 속 세계, 나의 세상, 생의 목적지로 돌진하던 싸움꾼이
사라진 것이었다.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에 대한 대비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저 혼란스러웠다.
책상 위에 쌓아둔 다음 소설 자료와 책, 새 노트가 신기루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덮쳐오는 허망함에 당혹을 넘어 공포를 느꼈다. 누군가 내 상태를 알아차릴까 봐.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될까 봐. 고작 소설 몇 편 쓰고 무너지는구나, 싶어서. 나는 강아지처럼 낑낑대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 안나푸르나 갈 거야."
선택사항이 아니야. 생존의 문제라고. -책 속에서
어떤 일이나 프로젝트를 완료 하고 다음으로 가는 과정에 재 충전의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난 살아 오면서 늘 바쁜 시간을 보냈다
회사를 그만 두고 창업을 할 때도 중간에 "쉼"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기도 한 일이고 한 두 달 최소 몇 주라도 휴식이 있었어도 전혀 관계가 없었을
일인데도 난 그러지를 못했고 아직까지 그럴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지금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 진다 해도 한 달간 히말라야를 찾을 수는 없겠지만 부러운 일이고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여성의 몸이고 처음 여행길인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도 글에서 이야기 했지만 그녀는 파이터이자 투사가 맞다..
내가 가 본 길이고 여정이었다면 더 이해가 쉽고 공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글로써는 그 험난한
여정을 속속들이 이해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고도가 몇번 m나 되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열악한 환경에서의 한 달은 충분히 예상이 되고
고생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트레킹 7일까지 먹는 것과 변비 그리고 고산병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것이 글 속에도
여실히 드러 난다
얼마나 그 고통이 있었으면 걸으면서 보고 느낀 것보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리고 트레킹을 하면서의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면 항상 과거의 기억을
많이 되살리는것 같다
다른 소설은 읽지 못했지만 그것은 분명 작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일 게다
어쨌거나 작가는 다른 사람은 경험하지 못했을 경이로운 모험을 하였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다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
나는 안니푸르나에서 비로소, 혹은 운 좋게
어른의 문턱을 넘었다 - 책 마지막 글
안나푸르나는 언감 생심이겠지만 제주 올레길이라도 다 걸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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