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골목 가운데쯤 "미도 다방"이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같이 간 아내가 한번 들어가 커피 한잔 마시잔다
입구로 들어서니 분명 예전 다방 모습인데 어느 서재처럼 책들이 꽂혀 있고
그림이며 도자기들이 눈에 띈다
"어서 오세요"라고 한복 입은 고운 아주머니의
환대도 있고 앉자마자 커피를 시켰더니
옛날 과자 (전병)과 함께 프리마,설탕이 따라 나온다
실내를 스윽 둘러 보니 나이 드신분들이 몇분 앉아 계신다..예전 생각이 절로 나는 다방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타벅스나 대형 커피 전문점에 다니니 이런곳을 잘 모를것이다
내가 젊을 때(?)만 해도 이런곳을 참 줄기차게 다녔다
아내를 처음 만난곳도 이런곳이었다
미도 다방은 1982년 대구 중앙파출소 뒷편의 도가니 다방을 인수해 미도 다방으로 간판을 바꾼뒤 1992년 진골목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3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한다
자리를 옮겨 다녔지만 1982년 이후로 대구 지역의 문인,화가,정치인들의 명소가 되었다
미도다방이라는 상호는 ‘아름다운 도읍‘ 이라는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주메뉴는 藥茶 (韓茶)가 주 메뉴이며 서비스로 무한리필 되는 푸짐한 전병에서도 그 넉넉함을 알 수 있다.
사진이 이곳의 사장님이신 정인숙 사장님이다
지역 시인이신 전상열 시인은 타계전 미도 다향이라는 시를 남겼다
미도다향
전상열
종로二가 미도다방에 가면
鄭仁淑 여사가 햇살을 쓸어 모은다
어떤 햇살은 가지 끝에 걸려 있고
어떤 햇살은 벼랑 끝에 몰려 있고
어떤 햇살은 서릿발에 앉아 있다
정 여사의 치맛자락은
엷은 햇살도 알뜰히 쓸어 모은다
햇살은 햇살끼리 모여 앉아
도란도란 무슨 얘기를 나눈다
꽃 시절 나비 이야기도 하고
장마철에 꺾인 상처 이야기도 하고
익어가는 가을 열매 이야기도 하고
가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도
추억은 가슴에 훈장을 달아준다
종로二가 진골목 미도다방에 가면가슴에 훈장을 단 노인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풀어놓고
차 한 잔 값의 추억을 판다
가끔 정 여사도 끼어들지만
그들은 그들끼리 주고받으면서
한 시대의 시간 벌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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