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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空空)의 시선

영화/한국영화

부끄러움을 아는건 부끄러운게 아니다-동주

空空(공공) 2016. 2.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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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보는 흑백 영화인지...

마지막 엔딩이 올라갈때까지 110분 동안 흑백 영화를 보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얼마나 몰입하면서 보았는지 영화가 끝나고서 한참 동안 머리가 아팠다

 

무엇보다 분한건 이름모를 주사로 인해 후쿠오카 감옥에서 젊은 영웅들이 숨져야만

했던 사실이다..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광복을 맞이할수 있었을텐데..

 

영화를 보고 나서 송몽규,강처중,명희조,정지용등에 다시 찾아 보았다

명희조는 특별한 기록이 없고 단지 동경제대 출신으로 은진중학교에서 민족의식을

가르친 선생으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영화에는 잠깐 나오지만 문익환 목사가 나온다

윤동주와 문익환,그리고 장준하 선생은 서로 친구간이었다 ( 얼마전 유라준님의 포스팅에도

언급이 되었었다)

그래서 문성근이 특별 출연했을지도 모른다

 

                  (  사진뒷줄 좌로부터 장준하,문익환,윤동주   위키백과에서)

 

윤동주가 다녔던 일본의 릿교 대학에서 매년 윤동주시인 추모 행사가 열리는것을 보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극의 거장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앞으로도 믿고 볼것이다

 

미생에서 장그래에 가려 존재감이 덜했던 강하늘이 비슷한 성격의 윤동주로 열연을 했고

특히나 송몽규 역의 박정민은 이 영화가 동주가 아니라 몽규가 아닐까 할정도의 눈에

확 띄이는 호연을 보여 주었다

강하늘도 마찬가지이지만 고등 형사역을 맡은 배우나 쿠미역의 배우 처음 일본인이

아닐까 했을 정도로 일본어를 정말 완벽하게 구사를했다

 

( 한줄 줄거리 )

간도의 윤형주와 인척이며 친구인 송몽규 두 젊은이들의 문학(시)에 대한 열정과 독립에 대한

신념의 이야기

 

영화 내내 윤동주의 시가 강하늘의 나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서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에 바람이 스치운다.

 

술가락 
 
송몽규
 
 

우리부부는 인제는 굶을 도리밖에 없엇다.

잡힐 것은  잡혀먹고 더잡힐 것조차 없엇다.

- 여보! 어디좀 나가 봐요! 안해는 굶엇것마는 그래도 여자가 특유(特有) 뾰루퉁한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 나는 다만 말없이 앉어 잇엇다. 안해는 말없이 앉아 눈만 껌벅이며 한숨만 쉬는 나를이윽히 바라보더니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이 얼골을 돌리고  눈물을 짜내기 시작한다. 나는아닌게 아니라 가슴이 아펏다. 그러나   없었다.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럿다.
 여보 조흔수가 생겻소! 얼마동안 말없이 앉아 잇다가 나는 문득 먼저 침묵을 때트렷다.
뭐요? 조흔수? 무슨 조흔수란 말에 귀가 띠엿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한다.
아니  우리 결혼할   은술가락망이유
아니 여보 그래 그것마저 잡혀먹자는 말이요! 내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안해는 다시 표독스운소리로 말하며  다시 나를 흘겨본다.
 
사실  술가락을 잡히기도 어려웟다. 우리가 결혼할  -  외국(外國) 가잇는  안해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것이다. 그리고 그때  술가락과 함께 써보냇던 글을 나는 생각하여보앗다.
 
너히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머리가 히도록  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술가락을 선물로 보낸다. 이것을 보내는 뜻은 너히가 가정을 이룬뒤에 이술로 쌀죽이라도 떠먹으며 굶지말라는 것이다. 만일 이술에 쌀죽도 띠우지 안흐면 내가 이것을 보내는 뜻은 어글어 지고 만다. 대개 이러한 뜻이엇다.
 
그러나 지금 쌀죽도 먹지 못하고  술가락마저 잡혀야만할 나의 신세를 생각할  하염없는 눈물이 흐를 뿐이다마는 굶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없이 여보 어찌 하겟소   잇소 나는 다시 무거운 입을 열고 힘없는 말로 안해를 다시 달래보앗다. 안해의 빰으로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잇다.

굶으면 굶엇지 그것은 못해요. 안해는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래 어찌겟소.  찾아내오면 그만이 아니오! 나는 다시 안해의 동정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없이 풀이 죽어 앉어잇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여보 갖다 잡히기오 발리찾어내오면 되지 안겟소 라고 말하엿다.

글세 맘대로 해요 안해는   없다는 듯이 힘없이 말하나 뺨으로 눈물이 더욱더 흘러내려오고잇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전재산인 술가락을 잡히기에는 뼈가 아팟다.
그것이 운수저라 해서보다도 우리의 결혼을 심축하면서 멀리 ×× 망명한 안해의 아버지가 남긴 오직  예물이엇기 때문이다.

 이건 자네  이건 자네 안해 -세상없어도 이것을 없애서 안되네 이러케 쓰엿던  편지의 말이 오히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숟가락이건만 내것만은 잡힌지가 벌서 여러달이다. 술치 뒤에에는 ()지를  크게 쓰고  아래는 나와 안해의 이름과 결혼 이라고 해서(楷書) 똑똑히 쓰여잇다.
나는 그것을 잡혀 , 나무, 고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왓다.
 
안해는 말없이 쌀음 받어 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은 가마에서 소리를 내며 끓고잇다. 구수한 밥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가 꿈틀거림을 느끼며 춤을 삼켯다.
밥은 다되엇다. 김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밥을 가운데노코 우리  부부는 맞우 앉엇다.
밥을 막먹으려던 안해는 나를 똑바로 쏘아본다.

, 먹읍시다. 미안해서 이러케 권해도 안해는 못들은체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급기야  줄기 눈물이 천천이 안해의 볼을 흘러 나리엇다.  저러고 잇을고? 생각하던 나는 !하고 외면하엿다.  먹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안해의 술가락이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앗던 까닭이다.
 
--동아일보 193511일자에 게재된 신춘문예 콩트 부문 당선작인 송몽규의 술가락 전문.
아명인 송한범(宋韓範)으로 게재.1934 무렵에 '문해(文海)라는 호를 지어 사용했다.그는 '文海藏書'라고 크게 새긴 큼직한 사각도장을 마련해서 자기의 책을 분류,정히하는데 썼다.오늘날윤동주의 유품인 철학사전(일어판)속장에 그의 도장 자취가 남아 있다.
                                                              <송우혜저,윤동주평전에서>

 

 

생각만으로도 반역이라 하던 일제의 만행

국가가 국가를,민족이 민족을 핍박할때 남는것은 패망뿐이다

부끄러움을 아는건 부끄러움이 아니다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